서면과 설명

투자사기 - 계약서에 원금 손실 문구가 있으면 사기가 아닌가요?

작성 2026-10-26 · 투자사기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하면 상대가 계약서 한 줄을 가리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투자에는 원금 손해 위험이 있고 결과는 투자자가 감수한다"는 식의 문구입니다. 서명까지 했으니 더 할 말이 없다고 느끼기 쉽지만, 투자사기 여부를 가릴 때 이 문구가 판단을 끝내 주지는 않습니다. 서면 문구와 실제로 들은 설명이 다를 때 어떻게 보는지 차례로 살펴보겠습니다.

문구는 위험을 알렸다는 한 가지 사정입니다

손실 고지 문구는 상대가 위험을 알렸다는 하나의 사정입니다. 그러나 사기죄에서 보는 것은 투자 결정을 이끈 설명 전체가 그때의 사실과 맞았는지입니다. 계약서에는 위험을 적어 두고, 실제 권유 자리에서는 "형식상 넣은 문구일 뿐 원금은 책임진다"고 말했다면, 결정을 움직인 것은 말 쪽일 수 있습니다.

더 근본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설명한 사업이 애초에 없었거나, 모은 돈을 약속한 곳에 쓸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다면, 손실 고지 문구는 출발부터 의미를 잃습니다. 위험을 알렸다는 말은 실제로 위험을 안고 굴러가는 투자가 있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손실과 사기를 나누는 일반 기준은 손실과 사기의 경계를 다룬 문서에서 먼저 보셔도 좋습니다.

정식 금융투자업자도 손실 보전을 약속할 수 없습니다

자본시장법 제55조는 금융투자업자가 투자자의 손실을 메워 주거나 일정한 이익을 보장하겠다고 미리 약속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합니다. 인가를 받은 회사라도 원금을 지켜 주겠다고 약속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권유 과정에서 "원금은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면, 그 말을 한 사람이 정식 업자가 아니었거나, 정식 업자라도 금지된 약속을 한 셈이 됩니다. 어느 쪽이든 계약서 문구와 실제 설명이 엇갈렸다는 점을 보여 주는 자료가 됩니다.

비슷한 취지로, 대가를 받고 불특정 다수에게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유사투자자문업자는 광고에 원금 손해가 생길 수 있다는 점, 개별 상담과 자금 운용을 할 수 없다는 점, 정식 금융투자업자가 아니라는 점을 밝히도록 자본시장법 제101조의3이 정하고 있습니다. 내가 본 광고에 이런 표시가 있었는지, 실제 권유가 그 표시와 맞았는지도 비교해 볼 대상입니다.

서면과 말을 나란히 놓는 순서

문구와 설명이 달랐다는 주장은 자료로 보여 줘야 힘을 얻습니다. 다음 순서로 정리해 보세요.

  1. 계약서 원본이나 사본을 확보하고, 손실 문구가 어느 쪽에 어떤 크기로 적혀 있는지 표시합니다.
  2. 계약서에 서명한 날과 투자금을 보낸 날을 비교합니다. 송금한 뒤에 서명을 받았다면 그 사정도 적어 둡니다.
  3. 원금 보장이나 확정 수익을 언급한 광고, 메신저, 설명회 자료, 녹음을 날짜순으로 모읍니다.
  4. 계약서와 따로 받은 확약서나 각서가 있다면, 누가 어떤 자격으로 서명했는지 확인합니다.

이렇게 정리하면 "계약서에는 위험이 적혀 있었지만, 결정은 다른 설명을 믿고 했다"는 흐름이 자료로 드러납니다. 반대로 위험 설명을 충분히 들었고 다른 약속은 없었다는 사정이 확인된다면, 그 역시 판단에 반영됩니다. 유리한 자료만 골라 내기보다 전체를 함께 놓아야 설명이 흔들리지 않습니다.

서류 안의 모순이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손실 고지 문구가 오히려 쟁점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같은 계약서 안에 "원금 손해는 투자자 책임"이라는 조항과 "매월 정해진 수익을 지급한다"는 조항이 함께 들어 있거나, 손실 문구는 맨 뒷장에 작은 글씨로 적고 앞장에는 확정 수익률 표를 크게 붙여 둔 경우입니다. 위험이 있다고 적으면서 동시에 고정 수익을 약속했다면, 서류가 스스로 어떤 설명을 앞세웠는지를 보여 주는 셈입니다.

이런 모순은 서류를 한 장씩 따로 볼 때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계약서, 별지, 수익 안내표, 확약서를 한자리에 펼쳐 놓고 원금, 수익, 기간, 책임이라는 네 단어가 각 서류에서 어떻게 적혀 있는지 표로 옮겨 보면 서로 어긋나는 대목이 드러납니다. 이렇게 만든 표 한 장은 상담이나 고소 자리에서 쟁점을 짧게 설명하는 데에도 그대로 쓸 수 있습니다.

형사 고소와 별개로 계약을 되돌리는 길

속아서 계약했다면 민법 제110조에 따라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습니다. 취소된 계약은 처음부터 효력이 없던 것으로 보므로(민법 제141조), 넘긴 돈을 부당이득으로 돌려달라고 할 근거가 생깁니다. 다만 취소할 수 있는 권리는 추인할 수 있게 된 날부터 3년, 계약한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민법 제146조). 투자사기로 고소하는 것과 별도로 이 기간을 함께 챙겨야 하는 이유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서를 꼼꼼히 읽지 않고 서명했다면 불리한가요?

A. 서명했다는 사실은 남지만, 그것만으로 투자 당시 들은 설명이 사실이었다는 점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서명하던 자리의 상황과 함께 들은 설명을 자료로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따로 받은 확약서에 원금 보장이 적혀 있으면 사기가 분명한가요?

A. 확약서는 설명이 어떠했는지 보여 주는 유력한 자료이지만, 그것만으로 사기가 확정되지는 않습니다. 약속한 사람이 그 무렵 약속을 지킬 능력과 의사가 있었는지가 함께 살펴집니다.

정리

손실 고지 문구는 위험을 알렸다는 한 가지 사정일 뿐, 투자 결정을 이끈 설명 전체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투자사기를 의심한다면 계약서 문구와 광고⁠·⁠메신저의 말을 한 표에 모아 시간 순서대로 견주어 보세요. 계약 문구 외의 다른 궁금증은 투자사기 안내 화면의 질문들에서 이어집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근거: 형법 제347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55조(손실보전 등의 금지)⁠·제101조의3(유사투자자문업자의 준수사항), 민법 제110조⁠·제141조⁠·제146조⁠·제741조 — 국가법령정보센터 2026-10-20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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